결론부터 말하면, 수사기관이 휴대전화에 담긴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면서 휴대전화 압수수색 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면 그 압수·수색은 원칙적으로 위법합니다. 다만 위법하다는 판단이 곧바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2025년 4월 24일 선고된 대법원 2024도19106 판결은, 절차 위반을 분명히 인정하면서도 그 증거를 유죄의 근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절차가 어긋난 자리와 그럼에도 증거능력이 인정된 이유가 나뉘는 지점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스토킹 고소에서 시작된 수사가 휴대전화 속 영상으로 옮겨간 경위
이 사건은 피해자가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고소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피해자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감금과 강간 피해를 추가로 진술했고, 성관계 영상 등으로 협박을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도 덧붙였습니다. 수사기관은 관련 영상을 확인하기 위해 피의자의 동의를 받아 휴대전화 전자정보를 탐색했고, 사진첩의 ‘가려진 항목’에서 준강제추행 장면과 성관계 영상을 발견했습니다.
수사기관은 곧바로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아, 다음 날 그 영상을 정식으로 압수했습니다. 이때 피의자 본인은 탐색·복제 과정에 참여했지만, 이미 선임계를 제출한 변호인에게는 집행 일시와 장소가 사전에 통지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변호인은 그 절차에 참여하지 못했고, 바로 이 대목이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피의자가 직접 참여했는데도 변호인 통지 누락이 문제가 되는 이유
형사소송법 제121조는 검사,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정하고, 같은 법 제122조는 그 집행에 앞서 참여권자에게 미리 일시와 장소를 통지하도록 규정합니다. 이 조항들은 제219조에 따라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에도 그대로 준용됩니다. 특히 전자정보처럼 방대한 정보가 담긴 저장매체를 탐색·복제·출력하는 과정에서는, 혐의사실과 무관한 정보가 임의로 복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참여 기회 보장이 실질적 의미를 가집니다.
원심은 “피고인과 변호인 중 최소한 한쪽에게 참여권을 보장하면 되고, 피고인이 참여했으니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가 정한 변호인의 참여권은 피압수자를 보호하기 위해 변호인에게 별도로 주어진 고유권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의자 본인이 참여 의사를 밝혔거나 실제로 참여했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호인에게는 제122조에 따라 미리 집행 일시와 장소를 통지해 참여할 기회를 따로 보장해야 합니다. 본인의 참여가 변호인의 참여를 대체하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절차 위반을 인정하고도 대법원이 증거능력을 인정한 판단의 구조
대법원은 변호인에게 참여 통지를 하지 않은 것을 명백한 절차 위반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가 정한 위법수집증거 배제 원칙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절차 위반이 적법절차의 실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고, 오히려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실체적 진실 규명과 적법절차 원칙의 조화를 꾀한 형사소송법의 취지에 반하는 결과가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는, 법원이 그 증거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입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그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첫째, 피고인이 압수·수색의 전 과정에 참여했으므로 혐의와 무관한 전자정보가 임의로 복제되는 것을 스스로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둘째, 피고인은 집행 과정에서 변호인의 참여를 요구한 적이 없고, 변호인 역시 피의자신문 무렵 긴급체포 사실을 알고 선임계까지 냈으면서도 집행 상황을 문의하거나 참여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수사기관은 피해자 진술을 토대로 영상을 확인한 뒤 곧바로 수사를 멈추고 영장을 받아 압수한 만큼, 의도적으로 변호인 참여권을 침해하려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 대법원은 원심의 유죄 결론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전자증거 사건에서 방어의 초점이 놓여야 하는 자리
이 판결은 전자정보 압수·수색을 다투는 형사 사건에서 방어 전략이 어디를 겨냥해야 하는지를 선명하게 보여 줍니다. 변호인 참여권이 고유권으로 확인된 이상, 수사 단계에서 변호인이 선임되었다면 압수·수색 집행 일시와 장소를 통지받고 실제로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여 요구가 있었는지, 수사기관이 이를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훗날 증거능력 다툼의 결정적 사정이 되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절차 위반이 곧 증거 배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냉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반의 정도, 회피 가능성, 수사기관의 인식과 의도, 위반과 증거 수집 사이의 관련성이 전체적으로 평가되는 만큼, 방어는 단순히 “변호인이 참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됩니다. 참여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되었고 그 침해가 적법절차의 핵심을 건드렸다는 점을 구체적 정황으로 뒷받침해야 예외 인정의 논리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압수 대상 전자정보의 범위, 탐색·복제의 시점과 방법, 무관 정보의 처리 경위를 초기부터 면밀히 기록으로 남겨 두는 대응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 법령
자주 묻는 질문
Q피의자 본인이 압수수색에 참여했으면 변호인은 참여하지 않아도 되나요?›
Q변호인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은 압수수색은 무조건 위법한가요?›
Q위법하게 수집한 전자정보도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나요?›
Q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예외를 인정한 결정적 사정은 무엇인가요?›
Q수사 단계에서 전자정보 압수에 대비하려면 무엇을 챙겨야 하나요?›
Q이미 위법하게 수집된 정황이 있다면 재판에서 어떻게 다투나요?›
관련 판례해설: 대구경북전담센터 형사 판례해설 모아보기
이 글은 대법원 2024도19106 판결(2025. 4. 24. 선고)의 공개된 판시 내용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법리를 설명한 것으로, 개별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실제 사건의 대응 방향은 반드시 변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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