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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인출·자금세탁책도 ‘공동정범’ —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은 통하지 않는다 (대전고법 2025노110)

202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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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키는 대로 돈만 옮겼을 뿐”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변명이 “저는 윗선이 시키는 대로 통장에 들어온 돈을 찾아 전달했을 뿐, 사기인 줄은 몰랐다”는 항변입니다. 실제로 인출책이나 이른바 ‘자금세탁책’으로 가담한 분들은 조직의 전모를 알지 못한 채 일부 역할만 수행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최근 대전고등법원 판결(2025노110)은 이런 항변이 형사책임을 가볍게 만들어 주지 못한다는 점을, 오히려 그 책임이 어디까지 무거워질 수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이 사건의 1심은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런데 항소심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직권으로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들을 전기통신금융사기의 공동정범으로 판단했습니다. 단순 가담이 아니라 범행의 한 축을 맡은 ‘정범’으로 본 것입니다.

인출·자금세탁 역할은 사기 범행의 ‘필수 부품’입니다

재판부가 주목한 것은 자금세탁책이 보이스피싱 구조에서 차지하는 위치였습니다.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총책, 유인책, 인출 및 자금세탁책으로 역할을 나눠 점조직 형태로 움직입니다. 어느 한 축이 무너지면 범행은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피해금을 빠르게 인출해 세탁·전달하는 역할이 확보되어야 비로소 기망행위가 시작된다고 볼 수 있을 만큼, 자금세탁책은 사기 범행의 성립에 본질적으로 관련된 ‘필요 불가결한 역할’이라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들이 범행의 구체적 내용이나 방법을 일일이 알지 못했더라도, 적어도 자신의 행위가 사기 범행의 일부를 실현한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용인한 채 다른 공범의 지시에 따라 자금세탁을 수행했다면, 이는 구성요건적 행위를 직접 실행했거나 그에 본질적으로 관련된 행위를 분담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결국 편취의 고의와 암묵적·묵시적 공모관계, 그리고 기능적 행위지배가 모두 인정되어 공동정범이 성립한다는 결론입니다.

“몰랐다”는 항변은 정황으로 깨집니다

피고인들은 ‘상품권 거래로 알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객관적 정황을 종합해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습니다. 석 달이 채 안 되는 기간에 이체금액의 0.3~0.7%에 해당하는 수천만 원을 받았는데, 업무의 난이도와 내용에 비추어 지나치게 고액의 보수였다는 점, 실제 상품권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으면서 허위 거래명세서를 만들었다는 점, 수사에 대비해 “상품권을 받았다고 말하라”는 지시를 공유한 점, 사기 조직원들의 텔레그램 단체방에 함께 있었던 점 등이 근거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다루는 돈이 중대한 범죄에서 비롯된 것임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미 기수에 이른 뒤 단순히 돈만 인출·송금했을 뿐’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자금세탁책 역할 자체가 편취행위에 직접 가담한 것이고, 피해자가 돈을 보내기 이전부터 범행에 구체적으로 가담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2023년 5월 개정된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자금을 교부받거나 교부하도록 하는 행위, 출금하거나 출금하도록 하는 행위(제2조 제2호 다목·라목)도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피해금 이체 이후의 인출 행위 역시 ‘사기 범행을 실행하고 있는 행위’로 평가되었습니다.

처벌의 무게, 그리고 초기 대응이 결과를 가릅니다

피고인들에게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5조의2 제1항과 형법 제30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3조 제1항 제1호가 적용되어 각각 징역 1년에서 1년 2월의 실형이 선고되었습니다. 다만 모든 정황이 불리하게만 작용한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에게 피해금 일부를 변제하고 합의하여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받아낸 점, 초범이라는 점 등은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었고, 그 결과 추징도 선고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이 유형의 범죄는 별도의 양형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만큼 법원이 사건의 개별 사정을 폭넓게 참작하므로, 정형화된 기준에 기대기보다 각 사건에 맞는 양형 변론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성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여기에 변호의 실질적 의미가 있습니다. 인출·전달 역할에 가담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기 어려운 사건일수록, ‘방조에 그치는지 공동정범인지’, ‘고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기수 시점과 가담 시점의 관계는 어떠한지’ 같은 법리 다툼과 함께, 피해 회복과 합의를 통한 양형 변론을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대구·경북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다면

가족 중 누군가가 “단순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다”며 보이스피싱 인출·전달에 연루되었거나,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면, 진술 한 마디와 초기 대응의 방향이 사건 전체의 흐름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형사 사건의 수사 초기 단계부터 피해 회복과 양형 전략까지 구조적으로 살펴 대응하고 있습니다. 혼자 판단하기 전에, 정확한 법적 위치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형사 사건, 초기 대응이 결과를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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