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지
남의 계좌에 몰래 접속해 돈을 옮기면 형법 제347조의2의 컴퓨터등사용사기가 됩니다.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일반 사기와 같은 무게입니다. 다만 이 죄의 객체는 재산상의 이익뿐입니다. 그래서 훔친 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뽑는 행위는 이 죄가 아니라 절도가 됩니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죄명이 달라지므로 그 경계를 정리해 드립니다.
남의 계좌에 몰래 접속해 돈을 옮기면 형법 제347조의2의 컴퓨터등사용사기가 됩니다.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일반 사기와 같은 무게입니다. 다만 이 죄의 객체는 재산상의 이익뿐입니다. 그래서 훔친 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뽑는 행위는 이 죄가 아니라 절도가 됩니다. 어느 쪽인지에 따라 죄명이 달라지므로 그 경계를 정리해 드립니다.
조문과 형
형법 제347조의2입니다. 컴퓨터등 정보처리장치에 허위의 정보 또는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거나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변경하여 정보처리를 하게 함으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취득하게 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사람을 속이는 것이 아니라 기계에 입력하는 방식이라는 점이 일반 사기죄와 다릅니다. 사람이 속지 않았으니 사기죄로는 잡히지 않는 공백을 메우려고 만든 조문입니다.
행위 유형은 세 가지입니다. 허위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 부정한 명령을 입력하는 것, 그리고 권한 없이 정보를 입력하거나 변경하는 것입니다.
현금을 뽑으면 이 죄가 아닙니다
가장 많이 혼동하는 지점입니다.
우리 형법은 재산범죄의 객체가 재물인지 재산상의 이익인지에 따라 재물죄와 이득죄로 나누어 규정합니다. 형법 제347조가 일반 사기죄를 재물죄 겸 이득죄로 규정한 것과 달리, 제347조의2는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객체를 재물이 아닌 재산상의 이익으로만 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은 절취한 타인의 신용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가 재물에 관한 범죄임이 분명한 이상 이를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3. 5. 13. 선고 2003도1178 판결).
타인의 명의를 모용해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절도죄로 보았고, 컴퓨터등사용사기죄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2도2134 판결).
다만 현금을 뽑았다는 사실만으로 곧 절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 두 판결은 절취하거나 타인 명의를 모용해 발급받은 카드로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인출한 사안입니다. 권한 있는 사람이 정당하게 인출한 경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으며, 바로 뒤에서 볼 2004도353이 그 예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절취하거나 명의를 모용해 발급받은 카드로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현금을 인출했다면 절도가 문제되고, 권한 없는 이체로 예금채권 같은 재산상 이익을 얻었다면 컴퓨터등사용사기가 문제됩니다. 현금 인출이냐 계좌이체냐 하는 형식만으로 죄명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계좌이체는 이 죄가 됩니다
반대로 권한 없이 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인터넷뱅킹에 접속해 내 계좌로 돈을 옮겼다면, 옮겨진 예금채권이라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이어서 이 조문에 해당합니다.
이 구별은 뒤따르는 문제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대법원은 컴퓨터등사용사기 범행으로 예금채권을 취득한 다음 자기 현금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사안에서, 그 인출은 사용권한 있는 사람의 정당한 사용이어서 별도로 절도죄나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고, 그 결과 인출된 현금은 재산범죄에 의하여 취득한 재물이 아니므로 장물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04. 4. 16. 선고 2004도353 판결).
이 죄로 취득하는 것이 재물이 아니라 예금채권이라는 재산상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같은 판결에서 대법원은 그 돈을 정을 알고 건네받은 사람에 대해서도 장물취득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다만 이는 장물죄에 관한 판단입니다. 사정을 알면서 돈을 받거나 옮기는 행위가 다른 죄로 문제될 여지까지 없앤 것은 아니므로,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이었는지를 사실대로 정리해 두셔야 합니다.
권한이 있었는지를 따집니다
이 죄의 행위 유형은 앞서 본 대로 셋입니다. 그 가운데 이 글에서 다루는 무단 계좌이체 유형에서는 특히 해당 정보를 입력하고 이체할 권한이 있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다는 것과 쓸 권한이 있었다는 것은 다릅니다. 가족이나 동료의 계정을 알고 있었더라도 그 사람의 승낙 없이 돈을 옮겼다면 권한 없는 입력이 됩니다.
다만 접속 정보를 알고 있었다거나 평소에 그 계정을 써 왔다는 사정만으로 해당 이체에 관한 권한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계정과 계좌의 개설 경위, 구체적인 위임이나 승낙의 범위, 그리고 그 이체의 목적을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통장과 계정을 누가 만들고 누가 어떤 범위에서 써 왔는지를 기록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구에서 조사를 받게 되셨다면
먼저 어떤 죄명으로 입건되었는지 확인합니다. 같은 사건이라도 현금 인출 부분은 절도, 계좌이체 부분은 컴퓨터등사용사기로 나뉘어 기소되는 일이 있습니다. 죄명에 따라 다투는 지점이 다릅니다.
다음으로 접속 기록과 이체 내역을 확보합니다. 언제 어느 기기에서 접속했는지, 이체가 몇 회에 걸쳐 이루어졌는지가 사실관계의 뼈대가 됩니다.
그리고 권한 관계를 정리합니다. 계정과 계좌를 누가 개설했고 평소 누가 사용해 왔는지, 상대방의 승낙이 있었는지를 보여 주는 자료가 핵심입니다.
피해 회복도 함께 살피셔야 합니다. 이 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한다고 처벌이 없어지지 않지만, 피해가 회복되었는지는 형을 정할 때 크게 작용합니다.
대구에서도 가족이나 지인의 계좌를 쓰다가 문제가 되는 사건이 있습니다. 가까운 사이라 승낙이 있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 승낙이 어디까지였는지가 결국 다툼의 중심이 되므로 초기에 정리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상속이 얽힌 경우는 따로 보셔야 합니다. 돌아가신 분의 계좌에서 돈을 옮긴 사안은 내 상속분이 있더라도 같은 죄가 문제되는지, 피해자가 누구인지가 별도로 다루어집니다. 그 부분은 돌아가신 분의 계좌에서 돈을 옮긴 경우를 다룬 글에 정리되어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훔친 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돈을 뽑았다면?›
그 사안에서는 절도가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절취한 카드나 타인 명의를 모용해 발급받은 카드로 관리자의 의사에 반해 현금을 인출한 경우를 절도로 보았고, 컴퓨터등사용사기죄의 객체가 재산상 이익으로만 한정되어 있어 이 조문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2003도1178, 2002도2134). 다만 현금을 뽑았다는 형식만으로 언제나 절도가 되는 것은 아니고, 권한 있는 사람의 정당한 인출은 다릅니다.
Q계좌이체는 어떻게 되나요?›
남의 계정에 권한 없이 접속해 돈을 옮겼다면 예금채권이라는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것이어서 형법 제347조의2에 해당합니다. 법정형은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Q이체받은 돈을 건네받았다면 장물취득인가요?›
그 사안에서는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컴퓨터등사용사기로 취득한 것이 재물이 아니라 예금채권이라는 재산상 이익이므로, 자기 현금카드로 인출한 현금은 장물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고, 그 돈을 정을 알고 받은 사람의 장물취득죄도 부정했습니다(2004도353). 다만 장물죄에 관한 판단일 뿐이므로 다른 죄가 문제될 여지까지 없앤 것은 아닙니다.
Q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으면 권한이 있는 것 아닌가요?›
아는 것과 쓸 권한이 있는 것은 다릅니다. 가족이나 지인의 계정이라도 그 사람의 승낙 없이 돈을 옮겼다면 권한 없는 입력이 됩니다. 접속 정보를 알고 있었다거나 평소에 써 왔다는 사정만으로 그 이체 권한까지 인정되지는 않으므로, 개설 경위와 위임·승낙의 범위, 이체 목적을 확인해야 합니다.
Q돈을 돌려주면 처벌받지 않나요?›
이 죄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어서 합의하거나 돈을 돌려주었다고 처벌이 없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피해 회복은 형을 정할 때 크게 작용하므로 실질적인 회복이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