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실에서의 한 번의 신문이, 재판 전체의 방향을 정한다
형사 사건에서 피의자신문은 단순히 “사실대로 말하면 되는” 절차가 아닙니다. 신문조서에 어떤 진술이 어떻게 남느냐에 따라 이후 수사와 재판의 흐름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조사실에 들어서면 무엇을 거부할 수 있는지, 변호인을 부를 수 있는지조차 모른 채 진술을 이어가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형사소송법은 피의자가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분명히 정해 두고 있습니다. 그 골격을 알고 들어가는 것과 모르고 들어가는 것은 결과가 다릅니다.
진술거부권 — 무엇을, 어떻게 거부할 수 있나 (형사소송법 제244조의3)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신문하기 전에 네 가지를 반드시 알려 주어야 합니다. ①일체의 진술을 하지 않거나 개개의 질문에 진술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 ②진술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 ③진술을 거부할 권리를 포기하고 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죄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는 것, ④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수사기관은 이 고지를 한 뒤 피의자가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권을 행사할 것인지 답변을 듣고, 그 답변을 조서에 적은 다음 피의자가 자필로 기재하거나 기명날인 또는 서명하도록 해야 합니다. 진술거부권은 ‘침묵’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전부 거부할 수도 있고, 특정 질문에만 답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행사 여부 자체를 신중히 정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다만 어떤 부분을 답하고 어떤 부분을 보류할지는 사건의 구조에 따라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영역이므로, 행사 방식 자체를 미리 검토해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변호인 참여권 — 신청하면 ‘정당한 사유’ 없이는 막을 수 없다 (제243조의2)
피의자 또는 변호인 등이 신청하면, 수사기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변호인을 피의자신문에 참여하게 해야 합니다. 단순히 변호인을 선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문이 이루어지는 그 자리에 변호인이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신문에 참여한 변호인은 신문 후 의견을 진술할 수 있고, 신문 중이라도 부당한 신문 방법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유도신문이나 강압적 분위기가 문제 되는 경우, 변호인의 참여 자체가 진술의 임의성을 지키는 중요한 안전장치가 됩니다. 신청은 빠를수록 좋습니다.
2022년부터 달라진 핵심 — 검사 작성 조서도 ‘내용 인정’이 있어야 증거가 된다 (제312조 제1항)
실무에서 가장 무겁게 새겨야 할 변화가 여기에 있습니다. 2020년 개정되어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1항에 따르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도 그 내용을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법정에서 인정할 때에 한하여 증거로 쓸 수 있습니다. 과거 검사 작성 조서를 사법경찰관 작성 조서보다 우대하던 태도가 사라지고, 검사 조서와 경찰 조서(제312조 제3항)가 같은 기준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는 곧, 수사 단계에서 작성된 신문조서의 내용을 법정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그 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려워졌다는 뜻입니다.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재판에서 그대로 굳어지지 않을 여지가 커진 만큼, 신문 단계에서 무엇을 어떻게 진술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일단 수사에서 말해두고 재판에서 바로잡자’는 접근은 위험하며, 처음부터 일관된 방향을 잡는 것이 핵심입니다.
자백의 임의성과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 (제309조·제308조의2)
형사소송법 제309조는 고문, 폭행, 협박, 신체구속의 부당한 장기화 또는 기망 그 밖의 방법으로 임의로 진술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는 자백은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정합니다. 자백이 있다고 해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백이 자유로운 의사에 따른 것인지가 먼저 검증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제308조의2는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신문 과정의 절차적 하자나 위법한 압수·수색으로 확보된 자료는 증거능력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압수·수색 단계의 쟁점은 별도 글에서 다룹니다). 결국 ‘진술의 임의성’과 ‘절차의 적법성’은 수사 대응의 두 축입니다.
대구·경북에서 경찰 조사를 앞두고 계시다면
피의자신문은 출석 전, 그리고 첫 진술에서 방향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떤 권리를 어떻게 행사할지, 변호인 참여를 언제 신청할지, 진술의 일관성을 어떻게 유지할지는 사건마다 다르게 설계되어야 합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대구경찰청 수사 실무를 거친 변호사가 신문 단계에서부터 진술 방향과 절차적 쟁점을 함께 검토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조사 일정을 통보받으셨다면, 진술을 시작하기 전에 정확한 법적 위치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