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을 주는 말, 상대가 실제로 겁먹지 않았다면 협박죄가 아닐까
“가만두지 않겠다”는 식의 말을 들었지만 듣는 사람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면, 그래도 협박죄가 성립할까요. 협박은 일상의 다툼에서 흔히 문제 되지만, ‘어느 단계에서 범죄가 완성되는가’는 의외로 까다로운 쟁점입니다. 대법원 2007도606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 물음에 대한 기준을 분명히 제시했습니다.
무엇이 쟁점이었나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협박죄가 기수(범죄의 완성)에 이르기 위해 상대방이 실제로 공포심을 느껴야 하는가’였습니다. 형법 제283조 제1항은 사람을 협박한 자를 처벌하고, 제286조는 그 미수범도 처벌합니다. 그런데 해악을 고지받은 사람이 전혀 두려움을 느끼지 않은 경우, 이를 협박죄의 ‘기수’로 볼지 ‘미수’에 그친 것으로 볼지가 문제 된 것입니다.
이 다툼은 협박죄의 본질을 무엇으로 보느냐와 직결됩니다. 협박죄를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켜야 완성되는 ‘침해범’으로 보면, 듣는 사람이 겁먹지 않았다면 미수에 그칩니다. 반대로 공포심을 일으킬 만한 해악의 고지가 도달한 것만으로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는 ‘위험범’으로 보면, 실제 공포심 여부와 무관하게 기수가 됩니다. 실제로 이 판결에서도 다수의견과 반대의견이 바로 이 지점에서 갈렸습니다.
일반인의 직관으로는 ‘상대가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협박이 안 된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법은 협박죄가 보호하려는 것을 ‘의사결정의 자유’로 보고, 그 자유가 위협받는 상황 자체에 주목합니다. 이 직관과 법리의 간극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이 사건의 관건이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 다수의견은 협박죄를 ‘위험범’으로 보았습니다. 고지된 해악의 내용이 행위자와 상대방의 관계, 당시 상황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일반적으로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것이면 되고, 상대방이 그에 의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것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정도의 해악을 고지해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실제 공포심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구성요건이 충족되어 기수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협박죄의 미수범 처벌조항은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았거나, 도달했어도 상대방이 이를 지각하지 못했거나 그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 등에 적용될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대법원은 권리행사나 직무집행을 빙자한 해악 고지의 한계도 제시했습니다. 외관상 권리행사·직무집행으로 보이더라도, 그 해악의 고지가 정당한 목적을 위한 상당한 수단이라고 볼 수 있을 때에만 위법성이 조각되고, 실질적으로 권리나 권한의 남용이 되어 사회상규에 반하면 협박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경찰관이 자신의 지위를 내세워 타인의 민사분쟁에 개입해 채무 변제를 압박한 행위가 정당한 직무집행이나 상당한 수단으로 인정되지 않아 정당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실무적 의미
이 판결의 핵심은 협박죄의 완성 시점이 ‘상대방이 겁먹었는지’가 아니라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가 도달하고 그 의미가 인식되었는지’에 있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며, 다툼의 초점은 오히려 ‘그 말이 객관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는지’, ‘권리행사의 정당한 범위였는지’로 옮겨갑니다. 반대로 단순한 감정 표현이나 일시적 분노의 표출에 그쳐 해악의 고지로 보기 어렵다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건마다 발언의 구체적 내용과 정황을 면밀히 따져야 하는 이유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이 전혀 무서워하지 않았는데도 협박죄가 되나요?
네, 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가 도달해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하면 기수가 된다고 보므로,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느꼈는지는 성립의 필수 요건이 아닙니다.
Q. 그렇다면 협박죄의 미수는 언제 인정되나요?
해악의 고지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지 않았거나, 도달했어도 상대방이 이를 지각하지 못했거나 그 의미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에 미수가 문제 됩니다.
Q. “돈을 갚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말도 협박인가요?
정당한 권리행사로서 사회상규에 어긋나지 않는 상당한 수단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되어 협박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권리행사를 빙자해 부당한 목적이나 과도한 수단으로 나아가면 협박죄가 될 수 있습니다.
Q. 농담이나 홧김에 한 말도 협박이 되나요?
해악을 고지한다는 인식이 없는 단순한 감정 표현은 협박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발언의 내용과 전후 정황을 종합해 ‘해악의 고지’로 평가되는지가 기준입니다.
Q. 제3자를 통해 전한 해악도 협박이 되나요?
전달 경로와 관계없이, 그 해악의 고지가 최종적으로 피해자에게 도달하고 피해자가 그 의미를 인식하면 기수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해악이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정도인지는 함께 따져야 합니다.
협박 사건으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협박 사건은 발언의 내용, 당사자 관계, 권리행사와의 경계에 따라 성립 여부가 갈립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은 대구·경북에서 형사사건의 초기 단계부터 발언의 맥락과 정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고 있습니다. 막연한 불안 속에 혼자 판단하기 전에, 정확한 법적 위치부터 확인하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