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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게 반항하지 않았어도 강제추행이 될까 — 대구·경북 성범죄의 바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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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7.25

핵심 요지

성범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범죄로,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등 행위 유형에 따라 나뉩니다.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이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가 아니어도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 기준을 바꾸었습니다. 성범죄는 현행법상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소가 없어도 수사와 공소제기가 가능하므로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강제추행 성립 여부는 피해자가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가 아니라, 객관적으로 폭행·협박에 해당하는 행위와 추행, 그리고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가 있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됩니다. 이 글은 피해자에게 강한 반항을 요구하는 취지가 아니라, 법적 판단 기준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구·경북에서도 성범죄 신고와 수사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추행에서 요구되는 폭행·협박의 기준을 새로 정리하면서, 어떤 행위가 성범죄로 평가되는지에 관한 이해가 한층 중요해졌습니다. 성범죄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범죄이고, 그 판단 기준은 과거보다 피해자의 저항 여부에서 행위 자체와 침해 결과로 옮겨 왔습니다.

아래에서는 성범죄의 보호법익에서 출발해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간의 구분, 2023년에 바뀐 강제추행의 판단 기준, 불법촬영과 통신매체이용음란 같은 특별법 유형, 그리고 고소가 없어도 수사가 가능하다는 점과 초기 대응의 방향을 차례로 살펴봅니다. 다만 개별 사건의 결론은 행위 유형과 정황, 증거관계에 따라 달라지므로, 아래 설명은 일반적인 법리와 기준을 정리한 것으로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성범죄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범죄다

성범죄가 보호하는 것은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입니다. 과거에는 성범죄를 이른바 ‘정조’를 침해하는 범죄로 이해하는 관점이 남아 있었고, 그 영향으로 피해자가 얼마나 저항했는지가 성립 여부를 가르는 요소처럼 다루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법 해석은 동의 없는 성적 침해 그 자체를 문제 삼는 방향으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이 관점의 전환은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도 분명하게 확인됩니다. 이 판결의 다수의견은 피해자의 ‘항거곤란’을 요구하는 종래의 해석이 성적 자기결정권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현행법의 해석으로 더 이상 타당하다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요구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이른바 ‘피해자다움’을 요구하거나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밝혔습니다. 성범죄를 이해할 때 출발점이 되는 지점입니다.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준강간은 행위 유형에 따라 나뉜다

형법은 성범죄를 행위 유형에 따라 나누어 규정합니다. 형법 제297조의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경우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제297조의2의 유사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구강·항문 등 신체(성기는 제외합니다)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항문에 손가락 등 신체의 일부 또는 도구를 넣는 행위를 말하며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합니다. 제298조의 강제추행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경우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제299조는 준강간·준강제추행을 규정합니다.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 간음하거나 추행한 경우에는 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의 예에 따라 처벌된다는 것입니다. 술에 많이 취해 있거나 잠든 상태처럼 스스로 의사를 표시하거나 방어하기 어려운 상태를 이용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가중 규정도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5조는 친족관계인 사람이 폭행 또는 협박으로 강간한 경우 7년 이상, 강제추행한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여기서 친족의 범위는 4촌 이내의 혈족·인척과 동거하는 친족으로 하며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도 포함합니다. 또한 주거침입 등 일정한 범죄와 성범죄가 결합하는 경우에는 별도의 가중처벌 규정이 문제될 수 있으나, 그 적용 범위는 결합 유형에 따라 다르고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조정된 부분도 있으므로 유형별로 요건을 개별적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결합 유형을 하나로 묶어 형량을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강제추행의 폭행·협박 기준이 2023년에 바뀌었다

이 글의 핵심입니다. 종래 대법원은 강제추행의 ‘폭행 또는 협박’을 두 유형으로 나누어, 폭행행위 자체가 곧바로 추행에 해당하는 이른바 기습추행형에서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이면 충분하다고 보면서도, 폭행·협박이 추행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그 수단으로 행해진 이른바 폭행·협박 선행형에서는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하는 정도의 폭행·협박이 필요하다고 보아 왔습니다.

대법원 2023. 9. 21. 선고 2018도13877 전원합의체 판결의 다수의견은 이 가운데 폭행·협박 선행형에 관한 종래의 법리를 변경했습니다.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은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 요구되지 않고, 상대방의 신체에 대하여 불법한 유형력을 행사하거나(폭행) 일반적으로 보아 상대방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는 것(협박)이면 된다는 것입니다. 즉 형법상 폭행죄·협박죄에서 말하는 폭행·협박의 정도를 뜻한다고 정리한 것입니다. 어떤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는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인 행위태양과 내용, 경위와 당시의 정황, 당사자의 관계, 상대방이 받는 고통의 유무와 정도 등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두 가지는 정확히 짚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같은 판결에는 대법관 이동원의 별개의견이 있었습니다. 폭행·협박 선행형에서 종래의 항거곤란 기준은 여전히 타당하므로 유지되어야 하고 처벌범위 확대는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입니다. 현행 법리는 다수의견이며, 항거곤란 기준을 유지하자는 견해는 별개의견에 해당합니다. 둘째, 이 판결의 주문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이송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무죄로 판단한 원심에 법리오해가 있다고 보아 다시 심리하도록 한 것이지, 이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판례는 강제추행의 성립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완화되었다는 법리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며, 개별 사안의 결론은 여전히 종합적인 판단에 따릅니다.

불법촬영은 찍는 것뿐 아니라 소지·시청도 처벌될 수 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을 규정합니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그 촬영물이나 복제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경우도 같은 형으로 처벌되는데, 촬영 당시에는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았더라도 이후 그 의사에 반하여 퍼뜨렸다면 마찬가지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이를 퍼뜨린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무겁게 처벌됩니다.

실무에서 특히 유의할 부분은 제4항입니다. 제1항 또는 제2항의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하거나 시청한 사람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는 고의범이므로, 그것이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된 촬영물 또는 복제물이라는 사정을 알면서 소지·구입·저장하거나 시청한 경우가 문제 됩니다. 그러한 사정을 알면서였다면 직접 촬영하거나 퍼뜨리지 않고 보기만 한 경우에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편 상습범 가중은 촬영, 반포 등, 영리 목적 반포에 관한 규정에 대해 적용되며, 소지·시청에 관한 제4항은 그 가중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통신매체를 이용한 성적 메시지도 문제가 됩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우편·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합니다. 여기서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이라는 요건이 중요합니다. 불쾌한 표현이나 욕설이 오갔다고 해서 모두 이 조항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목적 요건과 도달 요건이 함께 검토되어야 하며 실무에서 자주 다투어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 사례는 송금 메모로 보낸 성적 메시지와 통신매체이용음란에서 다루었습니다.

성범죄는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수사·처벌될 수 있다

과거에는 일부 성범죄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행 형법 제306조는 삭제되어,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닙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고소가 없거나 고소를 취소하더라도 수사와 공소제기가 가능합니다. 합의나 고소취소가 소추조건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고 합의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합의와 피해 회복은 사안에 따라 양형에서 참작될 수 있는 사정입니다. 다만 ‘합의하면 사건이 없던 일이 된다’는 이해는 현행법과 맞지 않습니다. 또한 범행 시점이 오래된 사건이라면 그 시점에 적용되던 법에 따라 처리 방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사건마다 적용 법령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고를 받았든 피해를 입었든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초기 진술과 객관적인 증거관계가 사건의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피해를 입은 분이라면 수사기관의 신고·보호 제도를 활용할 수 있고, 대구·경북에서도 관할 경찰서의 여성청소년 부서 등이 초기 대응을 담당합니다. 진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법률 조력을 받는 것도 가능합니다.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된 경우에도 방향은 다르지 않습니다. 혐의 인정 여부와 증거관계에 따라 대응 방향이 달라지므로,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진술의 신빙성과 관련된 CCTV·메시지·동선 등 객관적인 자료가 어떻게 남아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이때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하는 것은 2차 피해를 낳거나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으므로 신중해야 하며, 관련 자료는 훼손하거나 삭제하지 말고 그대로 보존해야 합니다. 전자기기의 자료가 증거로 다루어지는 절차에 관해서는 임의제출 전자증거의 압수절차와 증거능력에서 함께 다루었습니다.

성범죄는 유형과 정황, 그리고 증거관계에 따라 결론이 크게 달라집니다. 어느 쪽의 입장에 있든 막연한 추측이나 인터넷의 단편적인 정보에 기대기보다, 사건이 현재 어느 절차에 있고 무엇이 쟁점인지부터 정확히 확인하시기를 권합니다. 조사 출석을 앞두고 있다면 피의자 신분 조사 출석 시 체크리스트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참고 법령

자주 묻는 질문

Q세게 반항하지 않았는데도 강제추행이 되나요?
202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추행의 폭행·협박에 관하여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까지 요구되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2018도13877). 다만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 등 형법상 폭행에 해당하는 정도의 행위나, 협박에 해당하는 해악의 고지가 있었는지, 그리고 추행과 당시의 정황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Q불법촬영물을 찍지 않고 보기만 해도 처벌되나요?
불법촬영물임을 알면서 시청한 경우에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의사에 반한 촬영·반포뿐 아니라, 그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소지·구입·저장하거나 시청한 경우도 처벌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Q상대가 술에 취해 있었던 경우도 처벌되나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추행하면 준강간·준강제추행으로 강간·강제추행에 준해 처벌될 수 있습니다(형법 제299조). 상태의 정도와 정황은 사안별로 판단됩니다.
Q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현행법상 성범죄는 친고죄가 아니어서 고소가 없거나 고소를 취소해도 수사와 공소제기가 가능합니다. 합의나 고소취소가 소추조건으로 작동하지는 않지만, 합의나 피해회복은 사안에 따라 양형에 참작될 수 있습니다.
Q성범죄로 조사를 받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초기 진술과 객관적 증거관계가 중요하므로,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신중히 대응하고 법률 조력을 받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피해자 접촉은 2차 피해나 회유 의심을 낳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하며, 객관적 자료는 훼손 없이 보존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를 입은 분은 신고·보호 제도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성범죄 사건은 초기 진술과 증거관계가 방향을 좌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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