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지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이를 횡령할 때 성립하고, 보관은 위탁관계에 따른 것이어야 하며 그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어야 합니다. 신용불량 상태인 형이 동생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동생 명의 계좌에 횟집 매출금을 보관하던 중 동생이 비밀번호를 바꾸고 약 5,500만 원을 임의로 쓴 사건에서, 원심은 형이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차명계좌를 썼을 가능성이 있다며 무죄로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위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했다는 사정만으로 그 위탁이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 등 범죄 실현의 수단이라고 볼 수 없고,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었는지 등 객관적 상황을 종합해야 한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이 사건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사정이 있어 가족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그 가족 명의 통장으로 장사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명의를 빌려준 가족이 통장에 있던 돈을 마음대로 써 버렸다면 횡령죄가 될까요. 명의를 빌린 쪽에 빚이 있었다면 보호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합니다. 대법원은 2026년 이 문제에서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차명계좌 횡령의 판단 기준을 조문과 판결로 정리해 드립니다.
횡령죄는 위탁관계가 있어야 성립합니다
형법 제355조 제1항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합니다. 여기서 보관은 위탁관계에 따라 재물을 점유하는 것을 뜻하므로 소유자와 보관자 사이에 위탁관계가 있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위탁관계가 계약뿐 아니라 사무관리·관습·조리·신의칙으로도 성립할 수 있지만, 횡령죄의 본질에 비추어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봅니다(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등).
보호할 가치가 없는 위탁관계란
대법원은 위탁관계가 약정 등 법률행위에 근거한 경우 그것이 보호할 가치 없는 신임이라고 보려면, 관계 법령의 취지와 당사자 관계, 위탁관계의 형성 경위와 목적 등에 비추어 그 법률행위가 강행규정 위반으로 무효인지, 재물의 위탁이 범죄 실행행위나 준비행위처럼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졌는지 등을 종합해 그 위탁관계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전체 법질서상 허용하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 이름의 계좌, 이른바 차명계좌에 돈을 보관하되 명의인은 이를 임의로 쓰지 않기로 약정한 경우, 위탁자가 채무초과 상태에서 차명계좌를 이용했다는 사정만으로는 그 위탁이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 등 범죄 실현의 수단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동생 명의 계좌로 횟집을 운영한 사건
2026년 판결의 사건에서 피해자는 건설업체를 운영하다 부도로 신용불량자가 되었고, 약 8년이 지난 뒤 동거하지 않는 동생인 피고인의 동의를 받아 피고인 명의로 횟집 사업자등록을 하고 피고인 명의 계좌를 사업용 계좌로 썼습니다. 두 사람은 매출금을 이 계좌에 보관하되 피고인이 임의로 쓰지 않기로 약정했고, 약 5년 동안 분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은 계좌 비밀번호를 바꾸고 열흘 남짓 동안 38회에 걸쳐 약 5,500만 원을 썼습니다. 1심과 원심은 피해자가 채권자의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차명계좌를 썼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위탁관계는 보호할 가치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구체적 위험을 객관적으로 따져야 합니다
대법원은 차명계좌에 보관된 돈의 위탁이 범죄 실현의 수단인지는 당사자 관계, 계좌의 개설 시기와 목적, 사용 경위와 기간,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이 있었는지 등 객관적 상황과 예금거래의 실상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은 당사자의 주관적 진술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채권자의 강제집행 의사를 드러내는 사정을 포함한 객관적 사정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당시 채무의 규모나 채권자가 소송이나 가압류를 하려는 태세를 보였다는 자료가 없었고, 부도 후 약 8년이 지나 생계를 위해 사업용 계좌가 필요해 개설한 것이었습니다. 대법원은 강제집행 면탈 목적으로 볼 수 없다면 금융실명법이 금지하는 타인 명의 금융거래였다는 사정만으로 약정의 효력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이 위탁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만한 신임에 의한 것이라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도13722 판결). 다시 열리는 재판에서 판단되므로 이 판결로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가족 사이라면 고소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횡령죄에는 형법 제361조에 따라 친족 간 범행에 관한 제328조가 준용됩니다. 이 사건과 같은 비동거 형제 사이의 횡령에는 당시 형법 제361조를 통해 구 제328조 제2항이 준용되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구 제1항은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사이의 범행에 형을 면제했고, 구 제2항은 그 밖의 친족 사이의 범행을 대상으로 했습니다.
현행 제328조 제1항은 피해자의 친족인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하며, 개정 법률 부칙에 따라 2024년 6월 27일 이후 처음 범한 죄부터 적용됩니다. 가족 사이의 사건이라면 범행 시점과 친족 관계, 고소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개정 법률 부칙에는 한시적인 고소기간 특례도 있으므로, 고소기간은 사건별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대구·경북에서 차명계좌 다툼이 생겼다면
첫째, 계좌를 빌려 쓰게 된 경위와 시기, 돈을 임의로 쓰지 않기로 한 약정 내용을 보여 주는 자료를 정리하십시오.
둘째, 계좌를 개설할 당시 채무 규모와 채권자의 소송·가압류 등 구체적인 강제집행 위험이 있었는지를 객관적 자료로 확인하십시오. 채무가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나지 않습니다.
셋째, 계좌의 입출금 내역으로 누가 실제로 돈을 넣고 써 왔는지를 정리하십시오.
넷째, 가족 사이라면 친족 관계와 범행 시점에 따라 고소가 필요한지, 고소기간이 지났는지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 대구경북전담센터는 차명계좌 사건을 위탁 약정, 강제집행 위험, 친족 관계로 나누어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통장 돈을 쓰면 횡령인가요?›
돈을 보관하되 임의로 쓰지 않기로 한 위탁관계가 있고 그 관계가 보호할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런 사건에서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대법원 2026. 6. 25. 선고 2025도13722 판결).
Q빚을 피하려고 차명계좌를 쓴 경우에도 보호되나요?›
위탁 자체가 강제집행면탈죄의 실행행위처럼 범죄 실현의 수단으로 이루어졌다면 보호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채무초과 상태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그렇게 볼 수 없고, 강제집행을 당할 구체적 위험 등 객관적 상황을 종합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Q차명계좌 사용에 법 위반 문제가 있으면 보관 약정도 무효인가요?›
대법원은 강제집행 면탈 목적으로 볼 수 없다면 금융실명법에서 금지하는 타인 명의 금융거래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보관 약정의 사법상 효력이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Q횡령죄의 처벌은 어느 정도인가요?›
형법 제355조 제1항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Q형제 사이의 횡령도 처벌되나요?›
형법 제361조에 따라 친족 간 범행에 관한 제328조가 준용됩니다. 2024년 6월 27일 이후 처음 범한 죄부터는 현행 제328조 제1항에 따라 피해자의 친족인 경우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그 전의 범행은 당시 조문에 따라 판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