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은 자신의 현금수거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하는 것임을 미필적으로라도 인식하고, 조직원과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범죄를 실현하려는 의사가 결합했다면 사기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습니다. 전체 범행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알 필요는 없지만, 단순히 현금을 받아 전달한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 고의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채용 경위와 대면 여부, 계약서 작성, 피해자 앞에서의 언동, 타인 명의 송금 여부, 보수 등을 종합해 판단하고, 2025년 이런 사정을 들어 고의가 없다고 본 원심판결들을 파기했습니다.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2025년 12월 23일 시행 전 행위에는 종전 법정형이 적용됩니다.
구직 사이트에서 서류 전달이나 채권 회수 아르바이트를 구했는데, 어느 날 경찰에서 사기 혐의로 연락이 오는 일이 대구·경북에서도 끊이지 않습니다. 시키는 대로 돈을 받아 전달했을 뿐이고 보이스피싱인 줄은 몰랐다는 것이 대부분의 설명입니다. 법원은 이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도, 무조건 배척하지도 않습니다. 대법원이 무엇을 보고 판단하는지 정리해 드립니다.
어떤 죄로 처벌되나
현금수거책은 보통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됩니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처벌하고, 제30조는 2인 이상이 공동하여 죄를 범한 때에는 각자를 그 죄의 정범으로 처벌한다고 정합니다.
피해자에게 전화로 거짓말을 한 사람은 따로 있더라도, 그 거짓말에 속은 피해자에게서 돈을 받아 가는 사람은 범행의 일부를 실행한 것입니다. 대법원은 공모에 특별한 형식이 필요하지 않고, 전체 모의과정이 없더라도 여러 사람 사이에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가 결합되면 공모관계가 성립하며,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고의는 미필적이어도 충분합니다
물론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정말 모르고 한 사람에게는 사기죄의 고의가 없어 그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문제는 그 인식의 정도입니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의 공모나 범의는 다른 공범과 의사가 결합되어 피해자의 현금을 수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으로 족하고, 그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도 충분하며 전체 보이스피싱 범행방법이나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인식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5도486 판결). 확실히 알지는 못했더라도 자신의 현금수거가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에 가담하는 것일 수 있다고 인식하면서 그대로 했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단순히 돈을 받아 전달한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범죄에 공동으로 가담한다는 의사의 결합이 있어야 합니다.
법원이 따져 보는 사정들
피고인이 고의를 부인하고 다른 조직원의 진술도 없다면, 법원은 간접 사정을 모아 판단합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직원과 주고받은 연락의 내용과 수단, 일을 맡긴 사람을 직접 만났는지, 근로계약서나 업무위탁계약서가 정상적으로 작성되었는지 등 일을 맡게 된 경위가 통상적인지를 봅니다. 현금수거 업무의 구체적 절차, 피해자를 만났을 때의 행동과 말, 피해자에게 건넨 문서가 있다면 그 문서의 작성 경위와 명의도 봅니다.
수거 횟수와 금액, 받은 돈을 다시 보낼 때 제3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썼는지, 보수의 액수와 지급 방식, 피고인의 나이와 경력도 함께 고려합니다(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4도15240 판결).
고의가 없다고 본 원심이 파기된 사건들
2025도486 판결의 사건에서 피고인은 구직 사이트에 등록했다가 서류 전달 아르바이트를 제안받았고, 대면 면접이나 신원 확인, 근로계약서 작성 없이 며칠 만에 거액의 현금수거를 시작했습니다. 텔레그램으로 지시를 받아 피해자를 만났고, 저축은행 팀장을 사칭하기도 했으며, 받은 돈을 은행 자동화기기에서 약 100만 원씩 나누어 모르는 사람들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송금했습니다. 이 일이 보이스피싱과 관련이 있는지 조직원에게 물어본 사실도 있었습니다.
원심은 고의가 없다며 무죄로 보았지만, 대법원은 채용과 업무 방식이 매우 이례적이고 타인의 개인정보를 쓴 송금은 통상의 수금방식이 아니며, 피고인이 불법임을 강하게 의심할 수 있었다는 등의 이유로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했습니다.
2024도15240 판결의 사건도 비슷합니다. 피고인은 면접 없이 채용되어 수거액의 1%를 수당으로 받기로 했고, 서로 다른 금융기관 직원인 것처럼 소개하며 여러 피해자에게서 현금을 받았습니다. 받은 돈을 그 자리에서 세어 보지도 않은 채 수당을 떼고 나머지를 쪼개어 송금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도 무죄로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한 것이 아니라, 고의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다시 하라고 돌려보낸 것입니다.
함께 문제 되는 죄와 법정형
사기죄는 형법 제347조에 따라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이 법정형은 2025년 12월 23일 개정으로 올라간 것이어서, 그 시행 전에 한 행위에는 행위 당시의 종전 법정형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현금수거 과정에서 다른 죄가 함께 문제 되기도 합니다. 위 두 사건에서는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송금한 부분이 주민등록법위반으로 함께 기소되었습니다. 2024도15240 사건에서는 조직원이 보낸 금융기관 명의 문서 파일을 출력해 피해자에게 건넨 부분이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로도 기소되었습니다.
대구·경북에서 조사를 받게 되셨다면
첫째, 일을 구하게 된 경위를 자료로 남기십시오. 구직 사이트 화면, 채용 과정의 대화, 계약서 유무가 모두 판단 자료가 됩니다.
둘째, 조직원과 나눈 메시지를 지우지 마십시오. 어떤 지시를 받았고 무엇을 물어보았는지가 고의 판단의 핵심 자료입니다.
셋째, 송금 방식과 보수를 정확히 정리하십시오. 누구 명의로 어떻게 보냈는지, 얼마를 어떻게 받았는지는 법원이 반드시 확인하는 사항입니다.
넷째, 의심이 든 뒤의 행동을 구분하십시오. 이상하다고 느낀 시점 이후에도 같은 일을 반복했다면 그 이후 부분은 인식이 있었다고 판단될 수 있습니다.
법무법인 더프라임 대구경북전담센터는 이런 사건을 채용 경위, 업무 방식, 송금 방법, 인식의 시점으로 나누어 검토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보이스피싱인 줄 정말 몰랐으면 무죄인가요?›
자신의 행위가 범죄에 이용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고의가 없어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현금수거책의 인식은 미필적인 것으로 충분하다고 보므로, 보이스피싱 사기에 가담하는 것일 수 있다고 인식하면서도 계속했다면 고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5. 5. 29. 선고 2025도486 판결).
Q전화로 속인 사람이 따로 있는데 저도 사기죄인가요?›
대법원은 순차적으로 또는 암묵적으로 의사가 결합되면 공모관계가 성립하고, 사기의 공모공동정범이 기망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더라도 공모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봅니다. 피해자에게서 돈을 받아 가는 역할을 했고 공모와 고의가 인정된다면 사기죄의 공동정범이 될 수 있습니다.
Q근로계약서를 썼다면 고의가 없는 것 아닌가요?›
계약서 작성은 여러 판단 요소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2024도15240 판결의 사건에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사무실을 방문하거나 회사의 실체를 확인한 적이 없었고, 대법원은 다른 사정들과 함께 보아 고의가 없다고 본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Q처벌은 어느 정도인가요?›
사기죄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입니다. 다만 2025년 12월 23일 시행 전에 한 행위에는 종전 법정형인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됩니다.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송금에 썼다면 주민등록법위반이, 작성 권한 없이 금융기관 명의 문서를 만들어 피해자에게 건넸다면 사문서위조·위조사문서행사가 함께 문제 될 수 있습니다.
Q받은 수당이 적었다면 도움이 되나요?›
보수의 정도와 지급 방식은 법원이 고려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입니다. 다만 수당이 적다는 사정만으로 고의가 부정되지는 않고, 채용 경위와 업무 방식, 송금 방법 등과 함께 종합해 판단합니다.